2020학년도 고려대 선행학습영향평가보고서(일반전형 기출)
안녕하세요. 오늘은 대학별로 작년 기출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선행학습영향평가보고서 공개 시즌이 다가왔습니다. 각 대학은 ‘공교육정상화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대학입학전형의 선행학습 영향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3월말까지 입학처 홈페이지에 공지해야 합니다. 선행학습영향평가는 지난 학년 논술이나 면접을 어떻게 실시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입니다.
오늘은 고려대가 공개한 2020학년도 고려대학교 선행학습 영향평가 자체평가보고서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선행학습영향평가 대상은 학교추천Ⅰ전형 자연계, 학교추천Ⅱ전형, 일반전형, 특기자전형의 면접고사(특기자전형 국제학부의 경우 에세이 포함), 기회균등전형의 제시문 및 문항입니다.
고려대는 학교추천Ⅱ전형과 일반전형 대신에 올해 일반전형-학업우수형과 일반전형-계열적합형으로 전형이 바뀌면서, 면접의 형태도 일부 바뀔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직 면접 상세방법을 담은 요강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우선 작년 전형을 기준으로 면접 기출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반전형(인문계) 면접문항
오전문항은 2개 제시문과 2개문항이 주어졌습니다.
(가) 이타주의란 자신에게 발생할 손해를 감수하고 타인에게 이득을 주려는 생각 또는 행동을 뜻한다. 이러한 이타주의에 대해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타주의는 거대한 규모의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는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 낡은 덕목에 지나지 않는다는 (a)견해가 있다. 이에 따르면 현대 사회에서는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만을 위해서 행동한 결과 대규모 협력이 이루어진다. 우리가 시장에서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는 물건을 보자. 이들 대부분은 살아가면서 한 번도 마주칠 일이 없는 저 어딘가에 있는 누군가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만든 것이다. 이처럼 시장이라는 메커니즘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필요도 충족시켜 주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면서 행동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사회 전체의 복지를 증진시키는 대규모 협력체계를 만들어 낸다. 따라서 이기심이라는 강력한 충동 앞에서 무너지기 쉬운 이타주의에 기초를 둘 것이 아니라, 이기심만으로도 시장이 잘 작동할 수 있게 하는 법적ㆍ제도적 장치를 고안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한편 생물학자들은 우리의 이기심이 유전자에 각인된 것이라고 본다. 이 (b)견해에 따르면 유전자가 살아남기 위한 자기복제의 메커니즘이 모든 생명체가 가진 생존 본능, 즉 이기심의 뿌리다. 하지만 그들은 이기심이 이타주의와 모순된다고 보는 것은 아니며 진화를 통해 이타주의가 형성되었다는 점을 인정한다. 어떤 성향이 진화한다는 것은 그 성향을 가짐으로써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자손의 수든 물질적 이득의 크기든, 더 큰 보상을 받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타주의는 사회에서 수행해야 할 역할이 있기 때문에 진화 과정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나)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한 연구팀은 취학 전인 네 살 남녀 어린이 총 74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먼저 아이들이 다양한 게임을 통해 총 20개의 교환권을 획득할 수 있게 했다. 게임이 끝나 갈 때 쯤 교환권을 선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준 후, 아파서 게임에 참여하지 못한 친구들에게 교환권을 기부할 수 있다고 말해 주었다. 이후 연구팀은 비밀 공간에 마련된 상자에 어린이들이 각자 알아서 교환권을 넣도록 했다. 그 결과 총 74명의 어린이 중 40명이 적어도 한 개 이상의 교환권을 기부했으며 한 개도 넣지 않은 아이도 34명에 달했다.
이번 연구는 흥미로운 점이 있다. 실험 전에 어린이들에게 부착한 전극으로 미주신경(vagus nerve)을 모니터한 결과, 기부를 많이 한 어린이의 경우 미주신경이 더욱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연구를 이끈 밀러 박사는 “미주신경은 신체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부교감신경을 지배하는데, 심장 박동과 스트레스를 안정적으로 제어한다.”면서 “우리 감정을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이끌어 건강을 유지하고 원활한 사회적 관계를 맺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① (가)에 제시된 (a)견해와 (b)견해가 이타주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비교해 논의하시오
이 문항은 사회경제학의 한 갈래에서 파악한 이기심과 이타주의의 관계, 사회생물학의 한 갈래에서 파악한 이기심과 이타주의의 관계를 이해하고 비교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② (가)의 논의를 참고해 (나)에 나타난 이타적 행위가 개인과 집단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자유롭게 말하시오
이 문항은 밀러 박사가 시행한 실험 결과를 놓고, 이타적 행위가 개인과 집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오후 문제 역시 2개 제시문과 2개 문항이 제시됐습니다
(가) 정의란 개인 간의 올바른 도리 또는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공정한 도리로서 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장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덕목 중 하나다. 동양에서 정의는 ‘천리(天理)’에 부합하는 올바름 혹은 올바른 도리라는 의미가 강했다. 서양에서 정의는 올바름과 더불어 ‘개인 간 혹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의 공정함’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사회 정의의 종류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우선 분배적 정의는 각자가 자신의 몫을 누리게 하는 것으로, 공정한 분배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관련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있어서 분배적 정의는 사회에 기여한 바에 따라 사회적 지위와 명예 등을 ‘달리’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어떤 사회적 행위에 준거를 찾으려고 할 때 그 행위의 주요 목적으로부터 파악하여야 한다는 생각은 정의 실현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 생각의 핵심이다. 마르크스는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할 것’을 제안했다. 벤담의 공리주의에 있어서 정의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선(善)의 최대화, 즉 사회 전체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한편 절차적 정의는 공정한 절차를 통하여 발생한 결과는 정당하다는 것으로, 합의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초점을 둔다. 그리고 교정적 정의는 잘못에 대한 대응이 공정한지에 대한 것이다. 즉, 어떤 잘못에 대해 처벌과 배상이 피해의 정도에 따라 공정하게 정해졌는지를 보는 것으로, 법적 정의와 관계가 깊다.
그렇다면 한국인의 사회 정의에 대한 인식은 어떠할까? 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88%는 한국은 법이 공정하게 집행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80%는 한국이 갈수록 성공하기 어려운 나라가 되고 있다고, 79%는 열심히 노력해도 계층 이동을 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불신에는 세대·지역·계층별 차이가 거의 없었다.
① (나)의 방안 A와 방안 B 중 하나를 선택하고, 그 이유를 (가)의 아리스토텔레스의 입장에서 설명하시오.
아리스토텔레스의 분배적 정의 관점에서 (나)의 표에 제시된 두 가지 세금 환급 방안 중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하고 지원자 의견을 정리해보는 문항입니다.
② (가)의 ㉠이와 같은 불신을 야기할 수 있는 사회 불평등의 예를 들고, 정의로운 사회 구현을 위해 필요한 방안을 자유롭게 논의하시오.
(가)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사회 불신의 원인을 분석해, 이를 야기하는 사회 불평등의 예와 그 방안을 종합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문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