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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발간자료/선행학습영향평가보고서

2020학년 서울대 기출 풀이 - 수시모집 일반전형 면접 및 구술고사(인문학)

by spicapica 2020. 4. 1.

안녕하세요. 오늘은 서울대 기출문제를 살펴보는 시간입니다. 

서울대 입시는 매년 최상위권 수험생들의 높은 관심을 끄는데요 최근 서울대가 2020학년도 선행학습 영향평가 보고서를 통해 기출을 공개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서울대 입시를 준비하려면 기출을 분석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겠지요. 서울대가 직접 정리해 공개한 기출 문항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공개한 기출문항은 수시모집 일반전형에서 실시하는 면접 및 구술고사입니다. 서울대 일반전형은 1단계 서류평가로 일정배수를 걸러낸 후 1단계 성적과 면접 및 구술고사 결과를 합산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합니다. 면접은 답변 준비시간이 주어지는 특징입니다. 인문계열은 30분 내외, 자연계열은 45분 내외의 시간이 제공됩니다. 실제 면접을 치르는 시간은 15분 내외입니다.


인문학 제시문(오전)

오전에 면접을 실시한 인문대학, 사회과학대학(경제학부 제외), 간호대학, 사범대학(교육학과, 국어교육과, 영어교육과, 독어교육과, 불어교육과, 사회교육과, 역사교육과, 윤리교육과, 체육교육과), 생활과학대학(소비자아동학부 아동가족학 전공), 자유전공학부는 문제1, 2로 출제됐습니다.

제시문은 (가)와 (나)가 주어지고 문제 1, 2 모두 해당 제시문을 참고해 풀어야 하는 문제였습니다.

제시문(가)

송경운(宋慶雲)은 서울 사람이다. 아홉 살에 비파를 배워 최고의 경지에 올랐고 열두세 살에 전국에 유명해졌으며, 벼슬아치들이 그의 음악을 애호했다. 그는 정묘호란 때 전주로 피난 왔다. 전주는 큰 도회지이지만 민생이 어려워 관가를 제외하고는 음악을 들을 수 없었다. 그런데 송경운이 온 뒤로 이곳 사람들 모두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의 집 앞에 인파가 몰려드는데, 손님이 찾아오면 그는 무슨 일을 하다가도 허겁지겁 하던 일을 놓아두고 얼른 비파를 들었다. “소인은 천한 사람입니다. 이처럼 귀한 분들이 찾아오는 까닭은 오로지 소인의 솜씨 때문이니, 소인이 어찌 감히 연주를 지체하겠으며, 어찌 감히 연주에 진심을 다하지 않겠습니까?” 그러고는 반드시 곡을 다 갖추어 연주하여 손님 마음이 흡족해진 것을 느낀 뒤에야 연주를 마쳤다. 비록 가마를 떠메고 말을 모는 아랫것들이 오더라도 역시 이렇게 대했다.

제시문(나)

최북(崔北)은 산수화를 잘 그렸으며, 독창적으로 일가를 이루었다. 일찍이 어떤 집에서 높은 벼슬아치를 만났는데 그 사람이 최북을 가리키면서 집 주인에게 물었다. “저기 앉아 있는 사람 이름이 뭔가?” 최북이 얼굴을 치켜들고 말했다. “먼저 물어보자. 자네 이름이 뭔고?” 그 오만함이 이와 같았다. 한번은 금강산을 유람하다 구룡연에 이르러 갑자기 크게 부르짖으며 “천하의 명사(名士)는 천하의 명산(名山)에서 죽는 게 마땅하다!” 하고 못에 뛰어들어 거의 구하지 못할 뻔했다. 한 귀인이 최북에게 그림을 그려 달라고 요구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장차 최북을 위협하려 했다. 최북이 분노하여 “다른 사람이 나를 배신하는 게 아니라 내 눈이 나를 배신하는구나!” 하고 한쪽 눈을 찔러 애꾸눈이 되었다. 어떤 이는 이렇게 평했다. “최북의 풍모가 매섭구나. 왕공귀족(王公貴族)의 노리개가 되지 않으면 그만이지 무엇 하러 그렇게 스스로를 괴롭힌단 말인가.”

[문제1] 송경운과 최북이 예술가로서 보여 주는 태도와 관점을 비교하여 설명하고, 어떤 ‘예술가상(像)’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지 의견을 제시하시오.

[문제2] 송경운과 최북으로 대변되는 ‘인간상’이 현대 사회의 예술 이외 영역에서 어떤 의의와 한계를 가지는지 설명하시오.


풀이를 살펴봅시다.

(가)의 송경운이라는 비파 연주가는 그의 음악을 듣고자 누군가 찾아오면 그것이 누구이든간에 음악을 들려주고 본인을 ‘소인’이라고 낮추었습니다. 반면 (나)의 최북이라는 화가는 제시문에서 ‘오만’하다고 표현할 정도의 인물입니다. 두 인물의 모습은 각기 다른 예술가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문제1은 ‘예술’에 대한 자기 나름의 생각을 개진하도록 한 문항입니다. 어떤 것이 답이라고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본인의 생각에 맞게 알맞은 논리로 설득력있게 답하면 됩니다. 

문제2는 ‘예술의 문제’를 ‘인간 사회 전반의 문제’ 내지 ‘인간 보편의 문제’로 확장해 송경운과 최북의 비교를 통해 고찰할 수 있는 ‘예술의 문제’와 유사한 문제가 예술 이외의 영역에서 어떻게 제기될 수 있는지 통찰하는데로 나아가도록 구성돼 있습니다. 


인문학 제시문(오후)

오후에 면접을 실시한 인문대학, 사회과학대학(경제학부 제외), 사범대학(교육학과, 국어교육과, 영어교육과, 독어교육과, 불어교육과, 윤리교육과, 체육교육과), 자유전공학부에서 활용한 인문학 문제 역시 제시문이 (가), (나)로 2개 주어지고 두 문제가 출제됐습니다.

제시문(가)

신에 대해 아무 의견도 갖지 않는 것이 잘못된 의견을 갖는 것보다 낫다. 전자는 불신이고 후자는 모욕이며, 미신은 당연히 신을 모욕하는 것이다. 플루타르크가 그런 뜻으로 잘 말한 바있다. “나는 갓 태어난 자기 자식들을 잡아먹은 플루타르크라는 자가 있었다는 말을 듣느니 차라리 플루타르크라는 자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는 말을 듣는 편이 낫겠다.” 무신론은 인간을 분별력, 철학, 법률, 평판 등에 의지하게 한다. 이 모든 것은 설령 종교가 없다 해도 피상적 도덕성의 지침이 될 수 있지만, 미신은 이 모든 것을 끌어내리고 인간의 마음속에 절대 왕정을 세운다. 무신론은 더 먼 곳을 향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을 자중시킨다. 따라서 국가를 혼란에 빠뜨리지 않는다. 우리는 아우구스투스 카이사르의 시대처럼 무신론에 기운 시대가 평화로운 시기였음을 알고 있다. 반면에 미신은 여러 국가에서 혼란을 야기한다.

제시문(나)

깨어 있고 효율적인 지성의 체제는 수많은 편견이 만개하도록 내버려 둔다. 그런 체제는 편견을 억압하려는 어떤 시도도 하지 않는다. 편견을 억압하는 것은 모두가 똑같은 편견, 즉 권위를 지닌 자의 편견을 공유하도록 강요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편견인지 아닌지를 객관적으로 구별하는 것, 편견을 선명하게 정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성의 다원주의는 편견을 방임함으로써 사람들이 정설에 도전하고,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과감하게 실험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낸다. 심지어 해롭고 악의적인 편견이라도 말이다. 1633년에는 갈릴레오가 지동설을 고집한 것이 그런 편견으로 받아들여졌다. 탁월함과 편협함은 같은 동력에서 힘을 얻는다.

[문제1] (나)의 저자라면 (가)의 주장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 설명하시오

[문제2] 적절한 사례를 논거로 들어 (나)의 주장을 지지하거나 반박하시오


풀이를 살펴보겠습니다.

제시문(가)의 논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종교가 올바른 신앙이라면 미신은 그릇된 신앙이고 무신론은 신앙이 없는 상태다.

2) 미신은 인간을 극단적 도그마에 가두어 사회 혼란을 조장한다.

3) 무신론은 인간을 자중시키고 인간이 이성과 합의에 의지해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제시문(나)의 논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편견과 편견이 아닌 것을 구별하는 객관적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2) 특정한 편견을 억압하는 것은 동일한 편견을 강요하는 것이다. (악의적 편견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3) 진정한 혁신은 다양한 편견을 허용할 때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다.


(가)와 (나)는 유사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결이 다른 글입니다. (나)의 관점을 (가)에 적용할 때 크고 작은 오차가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학생이 어떤 입장을 취하는가보다는 그 입장을 어떻게 뒷받침하는지, 가능한 반론을 어떻게 차단하는지가 평가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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